차의 엠블럼은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엠블럼만 보고도 어느 메이커 차인지 단번에 알아 맞출 수 있다. 종류와 모양, 담긴 뜻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엠블럼의 세계에 빠져보자.

신분 표시 말고도 엠블럼은 차의 품격과 전통을 상징한다. 조그마한 쇳덩이 또는 플라스틱 덩어리에 담긴 가치는 경우에 따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 대우가 GM 소속이 되고, 삼성자동차가 르노 소속이 되면서 엠블럼 바꿔달기가 유행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 엠블럼을 바꿔 달고 수출이 되거나, 외국 모델을 거의 그대로 들여와 한국화 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대우 차는 주로 시보레, SM은 닛산 엠블럼으로 바꿔단다. 엠블럼을 바꿔 단다고 해서 차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엠블럼의 가치는 메어커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엠블럼은 차의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 엠블럼의 종류


1.동물을 형상화
엠블럼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동물이다. 자동차는 속도가 빠르고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힘있고 날쌘 동물들은 브랜드 또는 자동차의 성격을 나타내기에 제격이다.

대표적인 것이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과 람보르기니의 성난 황소. 힘과 스피드를 상징하는 성난 황소는 창업자의 별자리에서 따온 것으로 람보르기니 모델의 성격과도 일치한다.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는 이름 또한 싸움소에서 따온 것이다. 카발리노라 불리는 페라리의 말은 1차 대전 당시 전투기에 붙였던 것을 조종사의 부모가 엔초 페라리의 경주차에 붙인 데서 유래했다. 엔초 페라리는 경주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후 카발리노를 엠블럼으로 썼다고 한다. 같은 동물이 겹치기도 한다.

포르쉐는 스투트가르트 지방 문양을 엠블럼으로 쓰는데 그 속에도 말이 있다.

사자는 푸조를 대표하는 동물이지만 홀덴의 엠블럼에도 사자가 등장한다. 푸조의 사자는 푸조의 본거지인 프랑스 벨포르 지역의 수호 동물인 사자에서 따온 것이다. 뱀도 엠블럼에 주로 쓰이는 동물. 닷지 바이퍼는 차 이름부터 독사를 나타낸다. 엠블럼도 당연히 독사를 쓴다. 맞상대인 머스탱은 대표적인 포니카로 말을 고유의 엠블럼으로 쓰지만 성능을 대폭 높인 쉘비 GT 버전은 코브라를 엠블럼으로 쓴다
동물에는 새도 빠지지 않는다. 사브의 경우 머리와 날개는 독수리이고 몸은 사자인 그리핀이라는 상상의 동물이 등장한다. 복스홀 또한 그리핀을 엠블럼으로 사용하지만 사브와는 사뭇 그 모습이 다르다. 새 또는 곤충은 날개로 형상화 된다. 벤틀리와 애스턴 마틴, 크라이슬러, 미니 등이 날개를 형상화 한 엠블럼을 쓴다. 특히 이번에 새로 나온 현대 제네시스는 개별 모델 엠블럼으로 날개 형상을 채택했다. 닷지의 양, 재규어의 재규어 등도 대표적인 동물 엠블럼이다.



2.기계나 기구 등을 형상화
자동차도 기계인만큼 기계에서 파생된 엠블럼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BMW의 경우 항공기 회사에서 출발한 만큼 엠블럼도 항공기 프로펠러를 상징한다. 푸른색은 BMW의 본거지인 독일 바이에른의 푸른 하늘을 하얀색은 알프스의 만년설을 나타낸다. 사브도 항공기 회사에서 출발했다. SAAB라는 이름부터 항공기 회사 이름을 나타낸다. 초창기에는 사브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그 밑에 비행기 모양을 엠블럼으로 썼다. 시트로앵의 엠블럼은 톱니바퀴를 의미한다. 톱니 만드는 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갈매기 모양이 두 개 겹쳐 있기 때문에 더블 쉐브론 이라고도 한다. 볼보는 초창기 자본금을 대준 볼베어링 회사의 영향을 받아 회전하는 볼 베어링을 형상화 한 엠블럼을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3.사물, 자연물
마세라티는 삼지창을 쓴다. 이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넵튠이 지니고 있던 트라이던트를 상징한다. 유명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엠블럼은 ‘별은 항상 위에서 빛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별을 형상화 했다. 이름도 세 꼭지 별. 각 꼭지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가리키고 품격과 부와 신뢰를 상징한다. 초창기 이 세 꼭지 별은 메르세데스 것이었고, 벤츠는 월계수 모양의 엠블럼을 썼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합쳐 지면서 월계수 안에 세 꼭지 별을 배치한 새로운 엠블럼이 탄생했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에 세 꼭지 별 엠블럼의 디자인을 바꾸었다. 이전의 입체적 윤곽을 없애고 명확하고 단순한 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금색 십자가 엠블럼은 시보레 것으로 나비넥타이를 형상화 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체코의 스코다는 날개 달린 화살을 엠블럼으로 사용한다.

4.문양이나 휘장에서 유래
자동차가 탄생한 도시나 근거지 도시의 휘장을 쓰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포르쉐는 방패 문양 가운데 앞발을 치켜 들고 있는 말이 그려져 있다. 이는 말 사육으로 유명한 독일 스투트가르트 시의 문양이다. 알파로메오도 십자가와 용이 들어간 문양을 쓴다. 빨간 십자가는 이탈리아 밀라노 시의 문장이고 불을 뿜는 용은 밀라노 시의 수호신인 비스콘티 드래곤을 나타낸다. 왕관과 방패 모양의 캐딜락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 캐딜락은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을 개척한 프랑스 탐험가의 이름이다. 왕관은 프랑스 귀족을, 4등분 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올린 가문임을 나타낸다.



5.숫자나 글자를 형상화
아무래도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엠블럼이 아닌가 싶다.

RR을 네모 안에 집어 넣은 롤스로이스는 창업자인 찰스 스튜어트 롤스와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의 성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두 개의 M자를 맞물린 마이바흐는 ‘Maybach Motorenbau’의 머릿 글자를 따왔고 그 밑에 12라는 숫자는 12기통 엔진을 의미한다.

현재는 12라는 숫자는 없어지고 두 개의 M 엠블럼만 쓰이고 있다. 원 안에 L자를 집어 넣은 렉서스는 브랜드의 머릿글자인 동시에 럭셔리의 L이기도 하다. H자를 옆으로 기울여 원으로 둘러싼 현대 엠블럼. 한때 미국 시장에서 혼다 엠블럼과 유사하다고 하여 말이 많았다.

지구를 형상화 한 원은 세계 무대로 뛰는 현대를, 여기에는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도 담겨 있는데 이는 노사의 화합을 뜻한다. H를 역사다리꼴로 변형한 혼다, A자를 형상화 한 혼다의 고급 버전 어큐라. S자를 형상화 한 스즈키, V와 W를 원안에 집어 넣은 폭스바겐 등 브랜드 이름의 알파벳 첫 글자는 엠블럼에 자주 쓰인다.



6.이름을 그대로 사용
파란 타원형 안에 포드라고 써있는 포드, 파란 사각형 안에 GM이라고 써있는 GM, 이름 그대로 쓰는 짚(Jeep), 타원 안에 영문으로 KIA를 집어 넣은 기아 엠블럼, 녹색 타원의 랜드로버 등이 있다. 닛산도 영문명 NISSAN을 그대로 쓴다.

7.기타
아우디는 네개의 링이라 불리는 원이 네 개 겹쳐진 엠블럼을 쓴다. 독일 삭소니 지방의 군소 자동차 업체인 반더러, 호르히, 데카베, 아우디 네 개의 회사가 합쳐져 아우토 우니온을 설립하면서 결속을 다지는 의미에서 네 개의 링을 쓰기 시작했다. 인피니티는 길과 무한대를 상징한다. 가운데 삼각형은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세 개의 다이아몬드를 모아 놓은 미쓰비시 엠블럼은 창시자 가문의 문양이라고 한다. 스바루의 6개 별이 모인 엠블럼은 황소자리의 6개 별을 형상화 했다. 이는 6개 회사가 모여 만들어 졌다는 것을 뜻한다. 오펠은 번개를 형상화 했다. 로터스 로고 안에 있는 A, C, B, C는 창업자의 풀 네임 머리 글자를 나타낸다.

【 영역을 넓혀 가는 엠블럼 】

대개 엠블럼은 메이커를 대표한다. 하지만 개별 모델에도 엠블럼이 쓰인다. 고급차의 품격을 높이거나, 전통을 강조할 때, 또는 고성능을 나타낼 때 쓰인다. 현대 제네시스와 기아 모하비 등 새로 나오는 고급 차들이 개별 엠블럼을 적용하고 있다. 이전에도 오피러스나 에쿠스 등 고급차 위주로 브랜드 엠블럼과는 다른 엠블럼을 썼다.

엠블럼이 자동차 스타일이나 성능 구분에 적용되기도 한다. 엠블럼은 차의 곳곳을 장식한다. 보닛이나 그릴, 트렁크, 엔진, 스티어링 휠, 휠 등등. 이렇게 엠블럼을 부착하는 경우 외에 아예 엠블럼 모양이 차에 흡수되기도 한다. 시트로앵이 가장 대표적인 예. 시트로앵 차의 대부분은 그릴이 엠블럼 모양을 띄고 있다. 벤츠는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에는 그릴에 커다랗게 세 꼭지 별을 붙이고, 그 외에의 모델에는 보닛에 조그만 엠블럼을 붙인다.

엠블럼도 진화한다. 역사가 오래된 메이커 일수록 인지도 높고 가치가 높은 엠블럼을 가지고 있다. 벤츠의 세 꼭지 별 엠블럼은 5대 엠블럼에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엠블럼 모양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해 요즘 시대에 맞게 세련미를 갖춰 간다. 벤츠, BMW, 링컨, 사브, 르노 등 역사가 오래된 메이커 들은 시대에 맞게 계속해서 엠블럼을 진화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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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 to Have / 2008. 12.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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